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상실(loss)을 경험한다. 상실의 대상은 친구, 가족, 돈, 직업, 대인관계 등 다양한 것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실에 대한 반응과 각자 느끼는 고통은 사람들마다 매우 다를 수 있다. 누구에겐가는 돈을 상실하는 것이 그 어떤 상실감보다 클 수 있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가까운 친구와의 관계를 상실하는 것이 부모를 잃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들 중 ‘상실’은 가장 큰 요인이다.
가족의 죽음 같은 상실의 경험은 건강의 상실(예: 신체 질병), 경제력 또는 성취감의 상실(예: 사업 실패), 관계의 상실(예: 이혼) 등과 비교할 때 충격의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배우자, 부모, 자녀 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우울해지고 ‘왜 나에게 이런 일어 벌어졌는가?’ 라는 생각에 분노하게 된다. 특히 생의 동고동락을 함께 한 배우자와의 사별은 큰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부부관계가 좋고, 결혼 생활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을 수록 더욱 강하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죽음, 즉 젊거나 평소 병이 없었던 가족의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한 충격, 죽음에 대한 두려움, 슬픔을 더욱 많이 느끼게 한다.
가까운 지인, 가족의 죽음은 나의 노력으로 회복될 수 없고, 대체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실의 경험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힘들어지면 우울증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뇌영상(fMRI)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어머니의 죽음을 회상할 때, 뇌의 전두엽(Frontal Lobe)의 부위의 활성이 나타나는 점으로 보아, 상실의 경험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으며,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스트레스만으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처럼,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모두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충격의 정도는 다양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인 애도 단계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우울 증상을 느끼지만(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우울 증상이 발전되어 개인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애도 단계에서 느껴지는 우울 증상’은 ‘상실의 경험이 개인에게 부정적 생활 사건으로 영향을 주어, 우울증상이 발현되는 우울증’과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
문화에 따라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다양하지만, 건강한 방법으로 가족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에서 ‘49제’는 불교에서 기원한 장례의식이긴 하나, 사회심리학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다.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의식’이긴 하나,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충분한 애도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생활로의 복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실과 우울증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HID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