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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Museum Korea는 세계로 뻗은 뉴욕, 스위스, 네덜란드와 함께 사회적으로 고립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하고, 예술가가 되기 위해 치유와 회복을 돕는 곳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가는 통로로써 언제든지 관람이 가능하며,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창조가 곧 치유입니다

 

정신병원, 하면 가장 먼저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현대 문명 속에서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촉발하는 여러 연상들은 한마디로 정신과적 증상을 겪는 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공간으로 요약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호를 위해서 때로 자유를 박탈하고 감금하는 이른바 수용이 불가피해지고, 치료를 위해서 개인에 대한 객관화와 관찰이 따르게 된 것이 정신병원의 역사입니다. 따라서 그 안에 속한 이들은 사회 공동체의 자연스런 대인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격리된 상태에서, 이름대신 진단명으로 규정 지워지는 익명의 환자로서 실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정신질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기 마련인 희로애락의 감정, 두려움과 꿈 등의 보편적 심성 경험 등이 다소 증폭 내지 왜곡되어 경험되거나, 심적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한 차선책으로서 남다른 심리적 현실을 선택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으로부터의 회복이란 한 편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가장 자기다워지는 것, 그리고 진실된 자신의 감정을 충만하게 경험하도록 북돋우는 과정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관습적인 형태의 정신병원은 어쩌면 치료를 목적으로 대단히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이 제공되어온모순된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빙 뮤지엄은 정신병원 속에서 정신질환자들에 의해 탄생된 공간입니다. 정신증상은 인간에게 큰 고통을 주는 동시에 종종 보편적 무의식속의 원형(archetype) 또는 세계와 인간사에 깃든 본질을 직관할 수 있는 재능을 부여해 주기도 합니다. 리빙뮤지엄의 작가들은 정신증의 특별한 증상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오게 된 처지인데, 그들이 정신병원에서의 리빙뮤지엄 운동을 통하여 자신들의 특별한 심성 경험을 예술로 발휘하게 되는 역설이 현실화 된 것이 바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빙뮤지엄에서는 아무런 제약 없이 예술을 표현하는 모든 일이 허용됩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미술발달사와 제도권 교육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하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예술작업이 이루어지는 광경과 그 결과물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습니다. 리빙뮤지엄의 문화 자체가 가장 탁월한 예술품인 셈입니다.

 

프랑스의 포스트모던 철학자 미셸 푸코는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주체성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너의 남다름을 계발하라는 제언을 남겼습니다. 삼십여 년 전부터 뉴욕주립정신병원에서 이루어져온 리빙뮤지엄 운동의 모토가 스스로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무기로 활용하라였던 것은 또한 대단히 의미심장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리빙뮤지엄 초대전에 전시된 작품들 하나하나는 각각 탁월한 예술품인 동시에, 정신질환자라는 정체성을 극복하고 예술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작가들의 지난한 삶에서 탄생된 감동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가 곧 치유로 작동한다는, 명백한 물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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