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약을 계속 먹으면 중독되지 않나요?”, “제가 술을 좀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중독자는 아니란 말이에요!” 이런 얘기들은 진료 중에 환자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도대체 중독이 뭐길래, 많은 현대인들이 이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중독’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몇 가지 특징이 있어야 중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중독 증상은 ‘갈망(渴望)’이다. 갈망이란 글자 그대로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알코올 중독을 예로 들면, 술을 마시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하여 술을 얻기 위해 무모한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를 하는 것 등을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가족들의 으름장 때문에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 더 이상 환자에게 술을 팔지 않자, 몇 정거장을 걸어서 옆 동네로 원정 구매(?)를 가기도 한다. 또 다른 중독자의 고백을 들으면, 술을 구하기 위해 선술집 골목 뒤편에 놓여있는 술 상자의 빈 병에 남아 있는 자투리 술을 모으다 그 안에 들어있는 담배 꽁초도 같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내성(耐性)’이 생긴다. 알코올 중독의 예를 들면 점차 견딜 수 있는 술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즉, 마실수록 술이 세지는 것이다. 술에 대한 몸의 저항이 줄어드는, 어찌 보면 좋다고만 할 수 없는 현상인데도, 술이 세지면 몸도 같이 세지는 것처럼 과시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금단증상이다. ‘금단(禁斷)’이란 일정기간 일정 약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중단한 경우에 발생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말한다. 식은땀이 나거나, 손을 떨고 불안해지고, 일시적인 환각을 보이고 심각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고 간질 발작과 함께 호흡이 마비되어 사망할 수도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적절한 선에서 음주를 중단하지 못하고 다음날 중요한 약속을 어기거나, 회사에 지각 또는 결근을 하거나,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소한 부모님이나 배우자로부터 잔소리를 들으며 심각한 말싸움을 하거나 가까운 친구들과 멀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중독이란 이처럼 ▲갈망, ▲내성, ▲금단증상, 이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장애의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있을 때 정의 내릴 수 있다.
다시 이 글의 맨 앞으로 돌아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보자.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물로 인하여 내성, 금단증상, 갈망, 이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장애가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면 중독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술로 인해 내성, 금단증상, 갈망, 사회적∙직업적 장애 등이 동반된다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세계 어느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기준이라도 얼마 이상을 먹어야 중독이라는 기준은 없다는 사실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물질중독과 행위중독 이야기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HID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