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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영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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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 천자춘추 / ‘정신 의료’ 구분 짓기에 대한 단상     

 

 

 

 

 

황태영 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부장


 

우리들 각자는 많은 것을 구분 짓고 산다. 신분제 사회라면 그 신분을 구분 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좋아지고 사람이 먼저인 때가 와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인종, 외모, 그리고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구분 짓고 이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아마도 그래야 할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이고 합리적이든지 그렇지 않든지 주변의 타인과 사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끊임이 없을 듯하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국가가 있다. 그 국가는 입법·행정·사법의 다양한 작용 영역에서 개인과 사회의 구분 짓기에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국가가 채택하여 유지하고 있는 구분 짓기에 대하여도 스스로 교정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례는 민주주의의 모범(模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합중국의 연방대법원이 브라운 사건(Brown v. Board of Education of Topeka, 1954)에서 분리 평등 정책(Separate but Equal)의 위헌을 만장일치로 판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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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해방 이후에도 인종에 따른 구분 짓기와 차별은 오랜 시간 동안 미국 사회에서 분리 평등이라는 그럴싸한 새로운 논리와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던 터라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실현하는 것이 정의라는 신념으로 아이젠하워 연방대통령이 나서고 연방군까지 출동하는 사건을 통하여 미국 사회는 실질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진일보한 사법적 이론은 바다를 건너 여러 나라에 영향을 주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료보장 형태에 따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구분 짓기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정신의료의 현실에서는 분리와 평등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해묵은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적정한 입원 정신의료서비스를 통하여 최대한 빨리 지역사회에 복귀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차별과 편견 없이 지역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통합되는 방향으로 정신의료를 설계하기 위하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고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라는 구분 짓기에 따른 의료 공급량의 차이는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입원 정신의료 영역은 분리 평등도 아니고 오히려 분리 차별(Separate and Unequal)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그래도 우리 사회와 우리의 정신의료를 위해서 새해에는 차라리 분리 평등이 탱자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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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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