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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t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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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불면증, 과연 수면제 없이도 좋아질 수 있을까?   
 
2018년 10월 01일 (월) 18:13:39 신재공 용인정신병원진료과장
 

몇 년 전 어느 날, 병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30대 전후의 원무과 여직원이 “선생님! 몇 주 전부터 12시 넘어도 잠이 잘 안 오는데 왜 그런 거예요? 약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수면의학을 전공해 그런 모양입니다. 

   
신재공 용인정신병원진료과장

질문을 받은 후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뭐라 콕 집어 불면증의 원인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퇴근 후에도 어린 두 자녀를 돌보며 집안일도 해야하는 터라 피곤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고 호소하였습니다.

유일하게 의심해 볼 만한 것은 커피를 하루에 2잔 정도 마신다는 것. 하지만 이전부터 먹어 왔던 것이라면서 커피를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래도 필자는 일단 수면제 처방에 앞서 커피를 먼저 끊어 보자고 하였습니다. 일주일 지나서 식당에서 다시 마주친 그녀는 “커피를 끊으니까 10시만 지나면 잠이 쏟아져요. 너무 졸려요!”라고 말하면서 고마워하였습니다.
   
불면증 하면 누구나 수면제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실제로도 불면증으로 병원에 가면 대개 수면제를 처방받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수면제로 쓰이는 약물 대부분은 신경안정제입니다.

신경안정제는 통상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주로 하는 항불안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효과가 빠르다는 이점도 있지만 내성(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이 생긴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알로도 효과가 충분하던 것이 내성이 생기면 나중에는 두 알, 세 알로 복용량이 점차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수면제를 먹다 보면 정말 평생 먹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수면제를 줄이거나 끊으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수면제에 중독돼서인지 약 없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러한 시도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최근에는 수면제만으로 불면증을 치료하지 않습니다. 약물치료 말고도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라고 일컫는 일련의 비약물적 치료방법을 통해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원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나중에 약물을 중단하면 불면증세가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지행동치료는 치료를 마친 이후에도 호전상태가 더 오래 유지됩니다. 이 효과를 증명한 연구들은 이미 많이 나온 상황입니다. 

또 미국의 진료지침에서는 관련 연구에 근거해 인지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동급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능하면 두 가지 방법 모두 활용하는 것이 현재의 표준치료방법입니다. 

한편 불면증의 원인이 없어졌는데도 희한하게 불면증이 계속되다 결국 만성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면증의 주요 지속요인으로는 수면습관문제, 잠에 대한 잘못된 인식 또는 왜곡된 생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바로 이러한 지속요인을 찾아내서 고쳐나가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담과 수면일기 작성을 통해 파악된 원인에 적합한 치료방법을 교육받고 연습하면서 불면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법은 수면위생교육, 자극조절, 수면제한, 이완훈련, 인지치료 등이 있습니다.

수면위생교육은 술, 담배, 카페인, 운동, 낮잠 등과 같이 수면에 영향을 끼치는 생활·환경요인들을 점검하고 교정하는 기법입니다. 자극조절기법은 불면증과 연관돼 잘못 조건화되거나 나쁘게 습관화된 잠자리 관련 자극신호들을 피하거나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수면제한기법은 잠자리에 누워서 쓸데없이 뒤척이는 시간을 줄여 수면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완훈련기법은 잠자리에서의 지나친 긴장상태를 해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인지치료는 상담을 통해 수면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잘못된 믿음이 불면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찾아내고 이를 수정해가는 방법입니다.

약물요법은 수면제를 입에 넣고 삼키는 데까지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는 매우 빠르고 손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수동적이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인지행동치료는 어찌 보면 더디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능동적이면서 효과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치료법입니다.

두 치료법의 차이를 ‘물고기를 그냥 잡아서 주는 것’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의 차이라고 설명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불면증이라면 과연 어느 쪽으로 더 눈길과 관심이 쏠리시나요? 위의 질문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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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http://www.k-health.com/news/articlePrint.html?idxno=38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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