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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신장애로부터의 회복과 행복한 삶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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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장

 
 
우리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이 주제는 긴 세월에 걸쳐 인문학, 종교, 사회과학, 문학, 예술 등 폭넓은 영역에서 논의돼온 질문이다. 이미 다양한 이론과 결론들이 나왔지만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계속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는 화두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라는 정신건강정책 및 서비스가이드로부터 유추할 수 있어 간략하게 소개하려 한다.

퀄리티라이츠는 정신건강서비스에서 중증정신장애를 겪는 이들의 회복과 인권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콘텐츠다. 그중에서도 ‘회복’이라는 개념은 가장 핵심적 가치를 지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조현병, 조울병 등의 정신질환은 최근까지 기존의 의학수단으로는 증상관해가 쉽지 않은 난치성 질병 또는 중증장애로 간주됐다. 하지만 새로운 ‘회복’ 패러다임에서는 중증정신장애를 겪는 이들도 적극적인 사회적 지지를 통해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충분히 의미 있고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강조된다.

실제로 이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가 정신장애를 겪는 이들의 사회 복귀와 삶의 질 향상에 있어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비단 환자들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다. 부연하자면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싶다.

우선 ‘회복’ 기반 접근에서는 개인이 다른 사람 또는 사회와의 ‘관계’ 및 ‘연결성’을 되찾는 것이 강조된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생존하며 실존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장애를 겪는 이들이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사회에 포함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이뤄져야한다는 이 기본원칙은 최근의 국가정책이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들을 위한 이른바 ‘포용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 이 접근에서는 ‘희망’의 중요성을 특별히 역설한다. 희망은 말하자면 앞으로의 삶과 처지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과 동기인데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이루고자 했던 많은 것들을 병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희망을 잃게 되며 그것이 종종 질환 자체가 주는 고통보다 더 큰 낙담이 되곤 한다.

때문에 정신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꾸려갈 수 있다는 믿음과 낙관을 되찾도록 돕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역시 모든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행복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회복 패러다임에서는 개인이 스스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아가 개인의 꿈과 포부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인생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창조성을 발휘하며 용기 있게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근현대사 속에서 정신질환은 가장 비정상적인 인간의 심성 경험으로 간주됐고 환자들은 장기간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소외됐다. 그런데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안한 바람직한 치료법의 핵심으로 이러한 인본주의적이면서 공동체적인 가치의 복원과 실천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누구든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꿈과 포부를 펼쳐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행복한 삶 아닐까?

정신장애를 겪고 있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인간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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