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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min
  • Jul 19, 2018
  • 2489

* 본 포스팅은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 '동료지원가 양성과정' 수련생의 수기입니다.
 

1984년 겨울,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문밖에 낯선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소리를 지르고 있던 저를 부모님은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셨고, 그렇게 저의 또 다른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병동에 들어섰을 때, 환의를 입은 환자들의 모습을 본 순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치료에 어느 정도 순응한 덕분에 퇴원은 곧 할 수 있었지만 병원생활은 그 후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법고시 1차 합격 후, 2차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국 그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1989년 가을, 대기업에 입사한 후에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였고 약을 임의로 끊었습니다. 예쁜 아들과 딸이 탄생, 직장에서의 승진을 거듭하며 저는 그 행복이 오래 지속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2003년 겨울, 재발하였습니다. 약 2년간 입원하였다가 퇴원 후에는 주거시설에서 지내면서 사회복귀시설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의욕적으로 수차례 취업에 도전하였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저도 점점 의욕을 잃게 되었고, 우울증이 심해져서 입원을 반복하였습니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마음을 잡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취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갈 때 제대로 된 아버지 노릇을 못 하고, 아내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힘겨웠습니다.

 

그리고 2013년, 주치의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의 클럽하우스에서 동료지원가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서툴렀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상담과 프로그램 운영을 하면서 2년간 근무하였습니다. 퇴사 후에는 다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함이 있었는데 우연치 않은 계기로 낮병원 '해뜰날센터' 동료지원가로의 취업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조기에 치료를 하여 경과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15년 만의 재발 후에도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정신장애인'이라는 낙인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동료지원가'라는 직업은 운명이었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덕분에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위안을 경험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경제활동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떳떳한 남편이자 아버지일 수 있던 것 또한 제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느낀 가장 큰 회복의 요소는 (꾸준한 치료가 동반된다는 전제하에) 자신감과 자존감입니다. '할 수 있다'라는 나에 대한 애정, 신뢰, 응원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동료지원가'로서 역량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저의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사자들에 대한 일대일 도움을 넘어 그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인권과 복지를 위한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고자 합니다.
이제 몇 년 있으면 저도 환갑을 바라보며, '정신장애'를 짊어지고 산 날이 40년 가까이 됨에 새삼스러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저는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타인을 위한 삶을 살리라고.

 

 

http://naver.me/x0wtspe3

 

출처 : 용인정신병원 공식 네이버포스트 https://post.naver.com/yongin_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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