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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min
  • Jun 28, 2018
  • 2516

저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5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제 병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약 복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입·퇴원을 반복하며 절망적인 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삶의 목표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저는 문득 삶을 이렇게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학원에 다니면서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며 적극적으로 생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서울에 있는 한 직장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5년간은 별 무리 없이 다녔지만, 증상이 다시 재발하면서 다시 일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환청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면서 제 모습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서에 가게 되었고, 가족들이 서울까지 올라와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 두렵고 힘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고,
한동안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치의 선생님이 낮병원인 '해뜰날센터'에 연계해 주시면서
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본디 소심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어려워했었는데,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나아져 매 순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저 역시 다른 누군가를 위하여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중국어 회화 강사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었지만,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열심히 임하는 회원을 보면 한 글자라도 더 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서고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평소 사람들 앞에서는 잘나서지 못했던 제가 중국어 수업을 할 때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곤 합니다.

회복을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및 상담치료도 중요하지만 제게 해뜰날센터에서의 중국어 강사직 역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치료와 대외활동의 적절한 균형이 재발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확신도 듭니다.

 

 

누구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앞두면 두려움을 느낍니다. 제게 '동료지원가'에 대한 도전 역시 매우 두려운 과제입니다. '동료지원가'란 꾸준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한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지원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같은 경험을 했던 정신장애인이 같은 눈높이에서 필요한 도움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전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하얀 종이와도 같습니다. 그 종이에 동료지원가인 저와 당사자가 어떤 그림을 그려낼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입니다. 저는 회복의 과정을 먼저 지나왔던 동료로서 누구보다 그들을 잘 이해하는 동료지원가이자,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최고의 동료지원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아직 회복으로 나아가는 여정 중에 있는 정신장애인이기에 가끔은 동료지원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만,

 

'동료지원가'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종착지라 여기며
오늘도 용기를 내어 나아갈 것입니다.

 

 

http://naver.me/xzk4QXZ7

 

 

출처 : 용인정신병원 공식 네이버포스트 https://post.naver.com/yongin_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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