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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인권, 스스로 환자라 인식하고 치료받게 돕는 것

 

기사승인 2019.05.27  06:00:48


- 용인정신병원 WHO 센터장 “WHO 퀄리티라이츠, 국내 보급 서둘러야” 진주방화사건 재발방지 위해 정신질환자 이야기 듣는 시스템 마련 필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치료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신질환자 치료에서 회복과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에서 그 씨앗을 심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회복과 인권으로 바꾸기 위한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 가이드라인 국내 보급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WHO와 함께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 세계 보급 관련 국제 워크샵 및 회의를 국내 개최한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센터 센터장은 본지와 만나 정신질환자 치료에서 회복과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WHO, 2030년까지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 제도화 목표


WHO는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이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제도화되는 것을 목표로 모범사례를 전파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은 WHO가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을 서태평양지역에 보급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지난 4월 30일 개최된 국제 워크샵에서는 전세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모범사례 등을 공유했다.
김센터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신질환자 치료와 관련한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를 통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회복과 인권”이라며 “그 중에서도 회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회복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은 (서구에서) 20~30년 전 정신질환자들과 가족들이 시작한 일종의 사회운동”이라며 “정신질환자들이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병원이 아닌 곳에서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면서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이 시작한 일종의 ‘소비자운동’이 정신질환자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회복 패러다임으로 제도권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정신병원은 이 패러다임에 맞춰 국내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회복 모듈을 만들었으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과 협력해 2018년 11월부터 국내 보급을 시작했다.
특히 용인정신병원의 회복 모듈은 국내 보급 후 이를 도입한 각 기관이 효과를 검증, 검증 데이터를 모아 최종본이 나오면 WHO가 개발 중인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에 포함되게 된다.


용인정신병원 ‘해뜰날센터’, 회복 패러다임 구현

용인정신병원에서 만든 회복 모듈은 병원에서 운영 중인 낮병동 ‘해뜰날센터’를 통해 구현돼 있다.
해뜰날센터는 정신질환자들이 학교나 직장에 다니듯 매일 오전 등원해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귀가 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치료프로그램 선정 등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고 센터 출신으로 사회에 진출한 환자들이 다시 강사로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용인정신병원은 해뜰날 센터를 통해 정신질환자 회복 패러다임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에 보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센터장은 “우리가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을 위해) 만들고 있는 모듈은 회복 모듈, (정신질환자가 참여하는) 동료 지원 모듈, 격리와 강박 치료를 줄일 수 있는 모듈 등이며, 이를 순차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그 시작으로 작년에 인력개발원과 협력해 회복 모듈을 국내에 보급하기 시작했다”며 “의료기관 종사자는 연간 4시간씩 인력개발원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강력한 플랫폼을 (회복 모듈 보급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센터장은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회복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낯설게 여겨지지만 서구에서는 이미 시스템에 편입돼 있을 만큼 중요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라며 “결국 WHO의 퀄리티라이츠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의료기관에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 인권,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
김 센터장이 회복과 함께 강조하는 부분은 정신질환자 치료에서 인권의 중요성이다.
하지만 김 센터장이 말하는 인권은 단순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지 않고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아닌, 그들이 스스로를 환자로 인식하고 스스로 치료과정을 밟아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정신역동적으로 봤을 때 정신질환은 스스로 상태를 인식하고 자기가 자기를 돌보는 능력 자체를 상실하고 외부로 투사해 버리는 병”이라며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은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약을 먹지 않을 때 의료진들이 대신해주는 것인데, 그것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바람직한 치료가 되려면 자기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능력을 돌려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신질환자 인권을 생각한 치료라면 환자가 약을 먹지 않을 때 시간 맞춰 약을 주고 먹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되면 환자 스스로 약을 먹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용인정신병원 해뜰날센터에 잘 구현돼 있다. 이곳에서는 의료진이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약을 먹게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회복과 인권을 강조한 정신질환자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기존 정신과 치료 무용론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 행해졌던 정신과 치료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회복과 인권을 기반한 치료는 기존 정신과 치료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가 돼야 한다”며 “기존 근거중심 정신과치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그 속에 내제돼 있는 강압적 요소는 다른 방식으로 개선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방법이 회복과 인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주방화사건 등 재발 방지, 당사자 목소리 들어야
한편 김 센터장은 진주방화사건 등 정신질환자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불행한 사고가 생겼을 때 재발방지나 예방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며 “진주방화사건 발생 후 해뜰날센터 회원들 사이에서도 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그들 사이에서 (진주방화사건 원인을) 무조건 조현병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과 일을 저지른 환자가 혼자 살았는데 주변에 해뜰날센터 같은 도와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없었다. 고립되지 않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1,300만 정도되는 인구에 정신과의사가 10여명 뿐인 짐바브웨이에서는 지역 할머니들을 교육시켜 정신질환자 상담을 하게 했고 WHO에서 감동적이고 파워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정신질환 관련 예산이 적어도 모범사례는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정신의료는 불완전한 학문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서비스가 개발되는 것을 발견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내 정체성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곽성순 기자 kss@docdocdoc.co.kr

 

[원문출처] http://m.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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